2010년 02월 09일
공부의 신
"공부의 신"은 명백히 강남 스타학원강사들에 대한 용비어천가이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학원강사들의 논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이는 원작인 "꼴찌, 동경대에 가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두 작품의 다른점은 원작은 일본의 입시에 대해서 면밀히 분석하여 실제로 "동경대"에 진학을 할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 혹은 요령을 직접 제시하였다면, "공부의 신"에서는 수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적당한 수준, 혹은 누구나 아는 방법들만을 제시한 채로 학원강사들에 대한 환상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 아마 그것이 "공부의 신"에서 서울대가 아닌 "천하대"가 목표가 된 이유일 것이다.
사실, 강남의 스타강사들은 수능에 대해서 확실한 전략이 있다. 수능의 원형이 된 SAT를 분석하기도 하고, 이미 10년이상 진행된 수능자체도 다양하게 유형을 연구하고 분석한다. 이미 내가 수능을 보던 2001년에 그런 분석은 끝났다. 최근에는 그런 자료들이 시중에 문제집으로도 많이 나왔다. "공부의 신"이 처음 방영될 때, 대한민국 입시에 대해서, 수능제도에 대해서 얼마나 면밀히 분석했는가가 궁금했다. 하지만 "공부의 신" 제작자들은 그냥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했다. 논란을 의식했다기 보다는, 수능보다는 본고사의 형태가 학원강사의 우월성을 월등하게 보여줄 수 있기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그래서 그들은 "천하대 특별반"에 모였다.
단순히 사교육의 우월성을 이래저래 돌려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싫은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입시에 대해서 제대로 분석도 하지 않았으면서 자신들의 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이야기하는 오만함이 싫은것이다.
"공부의 신"에서 김수로는 학교의 미래를 위해서,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 악역을 택한다. 위악. 위선을 떠는 사람은 자신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위악을 떠는 사람은 자신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위악은 위선보다 악하다. 일류대를 나오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지위를 얻기도 쉽고 이후에 무언가를 하게되는데 있어서 훨씬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무한경쟁,승자독식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여 자기 한몸의 평안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을 짓밟고 올라가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버릴까 두려운가? 괴물과 싸우지 않고 괴물과 타협을 해도 괴물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춤추는 대수사선"같은 일본의 휴머니즘 드라마에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메세지가 있다. "지금 사회는 부조리하다. 문제도 많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나의 힘은 미약하다. 치기어린 마음으로 어설프게 시스템에 대들어봤자 나혼자만 피곤하다. 되는 것도 없다. 그러니 순응하는 척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이 시스템을 개혁하자. 그것이 최선이다."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눈앞의 불편함때문에 문제제기를 회피하는 '버릇'을 들인 사람이 나중에 높은 자리에 가서 잃을 것이 더 많아진 상황에서 얼마나 문제제기를 하고 시스템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
사람들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산다. 미래의 나보다 현재의 내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고민하면서 느끼면서 생각하는 것이 나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 by | 2010/02/09 04:05 | 좌향좌 | 트랙백 | 덧글(0)



